‘안 팔려도 되는 차’의 정체
테슬라 사이버트럭을 처음 본 순간 많은 사람들은 같은 반응을 보였다.
“이게 정말 양산차야?”
각진 외형, 스테인리스 바디, 기존 자동차 디자인의 문법을 완전히 무시한 모습은 호불호를 떠나 강렬했다. 출시 이후에도 평가는 극단적으로 갈렸다. 누군가는 미래의 상징이라 말했고, 누군가는 “이 차를 누가 사냐”고 물었다.
하지만 사이버트럭을 ‘잘 팔릴 차인가’라는 기준으로만 보면 핵심을 놓친다.
이 차는 처음부터 대량 판매를 목표로 설계된 자동차가 아니기 때문이다.
1️⃣ 사이버트럭은 ‘픽업트럭’이 아니다
테슬라가 만든 것은 자동차가 아니라 메시지다
사이버트럭은 겉으로 보면 픽업트럭이다. 적재함이 있고, 견인력을 강조하며, 포드 F-150이나 실버라도 같은 모델들과 비교된다. 그러나 실제로 테슬라가 이 차를 설계한 방식은 기존 픽업트럭과 전혀 다르다.
- 디자인은 공기역학보다 상징성을 우선했다
- 외관은 실용성보다 시각적 충격을 택했다
- 소재는 정비 편의보다 서사를 선택했다
사이버트럭은 “픽업 시장에서 점유율을 가져오겠다”는 차가 아니다.
“테슬라는 여전히 남들과 다른 길을 간다”는 선언문에 가깝다.
2️⃣ 왜 이렇게 불편하게 만들었을까
스테인리스 바디는 선택이 아니라 선언
사이버트럭의 가장 큰 특징은 스테인리스 스틸 바디다.
이 선택 하나만 봐도 테슬라의 의도가 보인다.
스테인리스 바디는:
- 수리가 어렵고
- 보험료 산정이 까다롭고
- 판금·도색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즉, 소비자 친화적인 선택이 아니다.
그럼에도 테슬라는 이 소재를 고집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사이버트럭은 **“편한 차”가 아니라 “보여주는 차”**이기 때문이다.
- 총알 테스트
- 망치 시연
- 흠집조차 디자인으로 받아들이는 콘셉트
이 차는 일상용 자동차가 아니라, 테슬라 브랜드의 세계관을 현실로 꺼낸 오브젝트다.
3️⃣ 크기와 가격 논란은 본질이 아니다
애초에 ‘일반 소비자용’이 아니다
사이버트럭이 출시된 이후 가장 많이 나온 말은 이 두 가지다.
- “너무 크다”
- “너무 비싸다”
하지만 이 평가는 절반만 맞다.
사이버트럭은 크고 비싸다.
문제는 그게 단점이 아니라 설계 의도라는 점이다.
이 차는:
- 좁은 도심 주차장을 고려하지 않았고
- 한국 도로 환경을 전제로 만들지 않았으며
- 가족용 세컨드카로 적합하지도 않다
테슬라는 이 사실을 알고도 출시했다.
즉, 사이버트럭은 ‘누구나 탈 차’가 아니다.
4️⃣ 한국에서 팔기 어려운 이유는 명확하다
가격보다 더 큰 장벽들
사이버트럭이 한국에서 힘든 이유는 단순히 가격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구조적인 문제들이 더 크다.
- 대형 차체 → 주차·회전 반경 문제
- 스테인리스 외판 → 보험·수리 난이도
- 전용 부품 → 정비 인프라 부족
- 픽업 구조 → 용도 제한
이 중 하나만 있어도 구매를 망설이게 된다.
사이버트럭은 이 모든 조건을 동시에 갖고 있다.
그래서 이 차는 “살까 말까 고민하는 차”가 아니라,
**“살 수 있는 사람만 사는 차”**다.
5️⃣ 그럼에도 테슬라는 왜 이 차를 만들었을까
안 팔려도 되는 이유
사이버트럭의 진짜 목적은 판매량이 아니다.
이 차가 존재함으로써 테슬라는 다음을 얻는다.
- 브랜드의 미래 이미지 강화
- 기술 기업으로서의 서사 유지
- 기존 라인업에 대한 관심 증폭
- 미디어 노출과 담론 장악
사이버트럭이 출시될 때마다 사람들은 모델 Y, 모델 3, 저가형 EV까지 다시 언급한다.
이 차 하나로 테슬라 전체가 다시 주목받는다.
즉, 사이버트럭은 마케팅 비용을 대신하는 상징 상품이다.
6️⃣ ‘판매 부진’은 실패가 아니다
처음부터 계산된 결과
일부에서는 사이버트럭을 두고 “판매 부진”이라 말한다.
하지만 테슬라 입장에서 이는 실패가 아니다.
- 대량 생산 부담 없음
- 재고 리스크 제한적
- 브랜드 파급력은 충분
사이버트럭은 적게 팔려도 된다.
오히려 너무 많이 팔리면 정체성이 흐려진다.
이 차는 테슬라가 **“여전히 실험하는 회사”**라는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한 장치다.
7️⃣ 사이버트럭이 진짜 겨냥한 사람들
사이버트럭의 진짜 타깃은 다음과 같다.
- 자동차를 이동 수단이 아니라 정체성으로 소비하는 사람
- 실용보다 이야기를 중시하는 사람
- 남들과 다른 선택을 기꺼이 감수하는 사람
그래서 이 차는 대중차가 될 수 없다.
그리고 될 필요도 없다.
8️⃣ 결론: 사이버트럭은 ‘자동차’로 평가하면 안 된다
테슬라 사이버트럭을 두고 호불호는 계속될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 하나는 있다.
이 차는:
- 실패한 실용차도 아니고
- 미완성된 픽업도 아니며
- 단순한 화제용 장난감도 아니다
사이버트럭은 테슬라가 세상에 던진 질문이다.
“자동차는 꼭 이렇게 생겨야 하나?”
“모든 차가 잘 팔려야 하나?”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테슬라는 이미 선택을 끝냈다.
사이버트럭은 안 팔려도 된다.
그 존재만으로도 이미 역할을 다하고 있기 때문이다.









